최근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가정 내의 수입이 반으로 줄고, 지출은 1.5배 늘어나게 됐다. 계획대로라면 약간의 타격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엄청나게 큰 지장은 없을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그렇듯 '계획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바로 나의 기생충 같은 인생이기에 이번에도 제법 타격이 크게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모아두었던 비상금을 야금야금 꺼내 써야 했는데, 수입 대비 거의 2배나 늘어버린 지출 때문에 한달만에 모아두었던 비상금이 모두 털려버리고 말았다. 두 번째 달인 이번에는 마침 지난 1년간 부어 두었던 적금이 만기 되는 달이라 어떻게든 버텨 냈는데, 실은 다음 달이 걱정이다.
투잡이 절실한 상황에서 나의 업과 관련되어 해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블로그 원고를 해보기로 했다. 공공기관 블로그와 SNS를 운영을 해 본 적이 있어서 뭐 그리 어렵겠어?라고 생각하고 알바를 신청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 이상으로 훨씬 빡.쎘.다.!!!
회사에서 하는 일과 블로그 원고 알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운영 및 관리'에 집중이 되어 있다는 점이고, 후자는 '제품과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운영 및 관리는 어떻게든 잘 굴러가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제를 선정할 때 나름의 자유도가 높고,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뿌리는 '보도자료'라는 기초 자료가 있기 때문에 글에 대한 접근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글의 분량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는 편이라 어떤 날은 짧게 쓰고 어떤 날은 길게 쓰고. 내 능력치에 맞게만 작성하면 되는 것도 장점. 개인적으로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할 것이라면 1. 좋은 콘텐츠 2. 꾸준함 3. 시의성 4. 보는 이들에게 어떠한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블로그의 운영 및 관리까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글을 언제 올리느냐?' 같은 타이밍의 문제와 '어떠한 소재를 써야 할 것인가?' , '어떻게 하면 더 색다르고 좋은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을까?' , '저품질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떤 식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가?' 등등에 대한 고민은 오롯이 담당자인 나의 몫이다.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능력 부족이 되는 셈.
일명 상업적인 게시물은 역시나 달랐다. 후자는 일단 주제 선정부터 자유롭지가 않다. 꼭 써야 하는 주제와 키워드가 정해져 있고, 글자 수와 사진수 등 고객(클라이언트)이 원하는 가이드가 있다. 이 가이드에 맞지 않으면 이 글은 발행되지 못하는 죽은 글이 되어 버린다. 간혹 자료를 주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창작으로 작성해야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점 하나. 토씨 하나. 키워드는 몇 번이나 들어갔는지. 글자 수는 지켜졌는지. 사진이나 문단의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문단의 길이는 적정한지. 너무 잦은 단어가 중복되는 것은 아닌지. 유사 문서에 걸릴 우려는 없는지. 등등 글을 쓰는데 고려해야 하는 점이 너무도 많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글을 쓰면서도 내가 받게 되는 원고료가 고작 3,000~5,000원 선이라는 것이다. 원고 알바 대행업체에서는 적응만 되면 30분에서 1시간 안에 글 하나를 술술 뽑아낼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내가 그 정도의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다.
글자 수를 맞추느라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내가 어제 오후 퇴근 후부터 밤 11시가 넘을 때까지 끙끙대며 글을 쓰고, 겨우 1개를 컨펌받고 나서야 내가 받은 돈은 3,500원 남짓. 이것도 일정 금액 이상이 쌓여야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돈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글을 못 썼다니. 이렇게 해서 하루에 1만 원이나 벌 수 있을까. 수많은 지적 끝에 원고 한 편을 마치고 글을 올리는데 그야말로 현타가 찾아왔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 '차라리 하루에 커피 한 잔을 덜 마시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랜 시간 블로그 원고 알바 필드에서 뛰던 분들은 '주제보다 중요한 건 금액'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즉, 어떤 키워드도 자신 있게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컨펌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부지런함에 다시 한번 존경에 마지않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리얼 야생과도 같은 블로그 원고 알바의 세계. 그런데 과연 내가 다시 그 속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으으. 자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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